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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상술 : 에누리할 바에야 떨이를 해라


가격 상술 : 에누리할 바에야 떨이를 해라
2004.09.10, 김송본
 
할머니 떡도 싸야 먹는다

장바닥이 좁은 탓일까. 장돌뱅이들이 간선도로까지 차지하고 수선을 떤다.
"자, 가위들 사시오. 이 가위로 말할 것 같으면 통짜로 여덟가지 일을 해내는 신기한 가위라구요. 똑바로 옷감을 자르고 비스듬이 세우면 철사를 끊고, 톱니 안에 전기줄을 넣고 잡아당기면 껍데기가 홀랑 벗겨지고…… 어디 그뿐인가. 뒤집으면 병마개를 따고 요렇게 돌리면 드라이버 송곳이 되고……"
행길가에 진을 치고 있는 가위장수는 '한잔 술 덜 먹고 딱 잘라 단돈 천원에 가위를 사라'며 옆에 놓인 철사줄을 뭉턱뭉턱 썰어버린다.
한쪽에선 입나팔을 한 원단장수가 목청을 돋우는데 시골 아낙들은 그 옆에서 좀체 자리를 뜨지 않는다.
"이 옷감으로 때깔나게 한벌 뽑아 입으라구요. 양단, 공단, 비로도, 포프린, 실크…… 뭐든지 다 있습니다. 깨끼 저고리엔 이것이 좋고요, 이 옷감으로 무색치마 회장 저리고 쭉 뽑아 놓으면 선녀가 이 세상에 내려온 것같을 겁니다."
원단장수는 트럭에 가득실은 옷감 중에서 한 필을 꺼내 들어 한쪽에서 마주잡고 흔들어 보이더니 처음엔 2만원부터 값을 부른다. 곧이어 2만원이 1만 5,000원이 되고 다시 1만원으로 내려가더니 7,000원까지 값을 내려부른다. 그러니 시골아낙들은 값이 더 내려갈 때까지 숨을 죽이며 기다릴 수밖에.

장터에서 장돌림의 저울질도 조심스럽지만 자투리 한 개라도 더 가져가려는 장꾼의 떼거리도 어지간하다. 밑지느니 본전이니 아둥대고 실랑이를 벌이는 새에 동짓달 해는 이미 산 너머로 얼굴을 감춘다. 땅그림자가 장바닥에 길게 드리우면 물건을 못다 판 장돌림들은 이른바 떨이에 들어간다.
밑지고 판다는 말은 백번 들어도 곧이 들리지 않으나 다음 장으로 발걸음을 옮겨야 하는 장돌뱅이의 처지에선 최소한 본전이라도 건져야 하기 때문에 그런말을 내뱉지 않을 수 없다. 묶여둔 재고가 좋지 않다는 것쯤은 마케팅원론에서 배우지 않았지만 장사를 하는 동안 깨닫은 것이다. 싸게 팔아도 재고는 없어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었다.
최근에 들어 '할머니 떡도 싸야 먹는다'는 속담이 새삼스럽게 느껴진다. 그렇다면 소비자의 구매심리가 줄었다고 해서 장사꾼이 단순히 값 낮추기 전략만으로 성공할 수 있을까? 오히려 소비자들의 구매능력을 늘리기 위해 할부판매나, 낱개로 팔기 등 등 다양하게 가격전략을 펼 수 있다.
만약 값이 비싼 비단이라면 이탈리아 제품이라고 높은 가치를 강조하거나 중간 정도의 값인 물품의 수는 줄이고, 대신 가격이 낮은 제품은 싸고 좋다는 품질과 가치를 함께 강조하는 것이 타당하다.


에누리해줄 바에야 떨이를 해라

이런 경우를 보자. 값을 비싸게 해도 손님이 어김없이 오고, 값을 올려고 매상을 줄지 않는다. 이는 보는 느낌이 필요한 장사에서는 중요한 일이다. 반면 조금이라도 값을 올리면 매상이 뚝 떨어진다면 실용본위로 장사를 해야 한다.
대개 사람의 습성이란 것이 비싸게 불렀던 물건을 깎아서 사면 외려 장사꾼에게 놀림받은 기분이고, 정가라고 부르는 대로 다 주고 나면 도둑맞은 것 같다. 어차피 고객 입장에서 에누리는 기분 좋은 일은 못된다. 대신 에누리 대신 떨이라는 방법은 고객에게 기분좋게 팔 수 있는 효과적인 상술이다.
어떤 경우 터무니없는 값으로 싸게 팔아야 될 때는 떨이라는 것이 필요하다. 떨이는 재고를 남기지 않고 상품의 회전율을 높인다는 점에서 반드시 필요한 상술이다. 보통 떨이는 한번으로 끝나지만 값을 싸게 하는 에누리는 전례를 만들기 때문에 나중에도 영향을 끼치게 된다. 물론 밑천이 많아 헐값에 푼다고 해도 장사에 큰 무리가 없다면 그런대로 괜찮다. 그러나 밑천 짧은 처지에 망하기로 작정했다면 모르지만, 에누리를 줄창 해대면 대번 망하기 쉽다.


가격보다는 고객의 이익에 중점을 두어라

어떻게든 팔기 위해 가격을 에누리해주는 것은 장사를 잘 하지 못한다는 말과 같다. 그렇기 때문에 제대로 된 물건을 제값을 받고 파는 게 필요하다. 따라서 당신이 다루는 상품이 일부러 짬을 내어 구입할 만한 가치가 있는 상품이라는 것을 고객이 확신이 들도록 온갖 노력을 해야 한다.
만약 값을 깎아 판다는 것은 서로 값을 깎아 팔려는 싸움으로 발전할 위험성도 있다. 마치 원가판매를 하고 있다는 인상을 풍기는 것은 오히려 '약싹 빠른 상술'로 비쳐질 우려도 있다. 당장의 어려움을 넘기려고 투매(投賣)를 일삼다가는 그뒤 큰 화근을 남기게 되는 법. 따라서 에누리를 줄창 하다보면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지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러한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면 가격 이외의 다른 조건에서 경쟁을 하는 게 좋다.


* 가격할인이나 가격 창조, 가격 혁명까지 줄창 해댈 수 있는 곳이란 월마트 같이 유통업자의 시장 지배력이 강할 경우다. 그러나 밑천 짧은 축들이 가격혁명을 떠들다보면 곧 손님들은 '허드렛 물건'을 파는 집으로 인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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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24 13:04 2009/08/24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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