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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투로 페레스 레베르테] 검의 대가


아르투로 페레스 레베르테

열린책들

검과 명예, 그리고 사랑은 떨어질 수 없다.

사랑을 얻기 위해 치루는 고귀한 결투는 검이 아니면 그 빛을 잃는다.

자신의 명예를 지키기 위한 싸움도 검이 아니면 의미가 없다.

총이 검의 자리를 대신하면서 모두가 검을 버리고 여유 있는 자들이나 스포츠 삼아 배운다.

검은 스포츠가 아니다. 그것은 명예이고 대가의 삶이며 예술, 그리고 검 그 자체이다.

검의 전성기로부터 그 쇠퇴기를 잇는 검술교사 돈 하이메 아스타를로아.

그 검의 예기를 타고 흐르는 음모 속의 치열한 공방전, 사랑, 그리고 모든 것을 꿰뚫는 최상의 공격.

검, 명예, 한결 같은 순수한 사랑.

군주제에 대한 불만이 터져나와 누가, 어느 것이 옳은 것인지 혼란스러운 스페인.

세월이 흐르며 사람들의 가치가 변해가는 동안에도 돈 하이메는 꼿꼿하게 그의 신념을 놓지 않는다.

보랏빛 눈동자의 여인을 탓할 수 없다.

그녀의 신념은 충성과 그녀가 입은 은혜에 대한 보답이기에.

둘이 지키려는 신념 중 어느 것이 맞다고 단정짓기 어렵다.

최후의 순간에 펼쳐지는 최상의 검법만이 모든 공격과 방어를 흘려버리고

상대의 피를 받아낼 수 있을 뿐이다.

"물론, 당신은 그런 식으로 생각지 않으시겠지요……."

"당연하지요.저는 예술을 가르치고 있고, 예전에 배웠던 그대로 예술로서의 검술을 행하고 있습니다.

진지하고 존중하는 자세로요. 저는 워낙 고전적인 사람이거든요."

그녀가 자개 장식이 된 부챗살로 소리를 내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아마도 그녀만이 보고 납득할 수

있는 일련의 이미지들을 머릿속에 떠올리고 있는 것 같았다.

"당신은 너무 뒤늦게 태어난 것 같군요, 돈 하이메."

마침내 그녀가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면…… 제때에 죽지 못했던가요."

.

.

.

"예. 별로요. 저는 평생을 제 자신이 지니고 있는 신념을 지켜 가며 살아왔을 뿐입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그 가치가 폄하되어 버리는 일련의 것들도 누군가가 지켜 나가야 할 테니까요.

그렇지 않으면 모든 것이 그저 순간을 살아가는, 모래성과도 같은 가변적인 것으로 전락하고

말 겁니다. 한마디로 헛것이 되고 마는 것이지요."

후작이 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가볍던 어조는 어느덧 사라지고 없었다.

"돈 하이메, 선생님은 이 세상이 아닌 다른 차원에서 살고 계신 분 같습니다. 괜한 말이 아니라,

선생님 말씀을 들으면서 떠오른 진지한 제 의견입니다.

선생님의 지도를 받은 지도 제법 오래되었는데, 저는 선생님을 만날 때마다 늘 선생님이 독특한

의무감을 느끼고 계신 것에 깜짝깜짝 놀라곤 한답니다.

독단적이지도, 그렇다고 종교적이거나 윤리적인 냄새를 풍기지도 않는 그런 의무감이요.

스스로에 대한 의무감, 자신의 의지로써 선택한 의무감…….

너무나도 독특한 것이어서 모든 것을 돈으로 사고팔 수 있는 이 시대에는 왠지 어울리지 않는 낯선

느낌을 주지요. 선생님은 그런 것이 이 시대에서 뭘 의미하고 있는지 아십니까?"

.

.

.

"당신은 순진하기는 했지만, 사리 분별이 너무 정확했어요."

그녀가 칼의 품질을 감상하는 것처럼 날카로운 칼날을 살펴보았다.

"덕분에 이런 상황까지 몰고 오게 된 것이고요. 이번 일 전반에서, 나는 운명적으로 주어진 일만을

했을 뿐이에요. 내가 운명을 뒤바꾼 것도 없고, 꼭 해야 할 것 외에는 그 어떤 악행도 저지르지

않았어요. 하지만 어쩌겠어요? 그게 인생인걸…….

늘 세상 언저리에 머물고 싶어 했지만, 오늘, 이 밤에, 죗값을 치러야 할 만한 짓을 하지 않았음에도

이렇게 자신의 집에서 죽어 가야 하는 것도 또 인생이겠지요. 정말 아이러니 하지 않아요?"

개인적으로는 아르투로 페레스 레베르테의 "뒤마클럽"보다 더 재미있게 읽었다.

얼마 안읽었는데 싶어도 그새 넘긴 페이지 수가 꽤 된다.

다 읽은지 꽤 됐는데 포스트는 지금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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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20 14:56 2009/03/20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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